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 야간 순찰

스타부동산 2022. 2. 9. 14:57

나는 혼잣말로 욕을 곱씹으며 텅 빈 백화점을 돌고 있었다.

백화점 영업시간 이후에는 백화점 문을 닫고 나서 내부에 고객이나 다른 외부인이 아직 남아있는지 확인하는 순찰을 해야 한다.

그날은 순찰 전에 별것 아닌 일로 경비조장에게 폭언을 들으니 화가 치솟았다.

 

그날 같이 일했던 경비조장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이었다

직원들이 실수하거나 띄엄띄엄하는 부분은 귀신같이 잡아내어 그를 빌미로 폭언을 일삼았다. 그것으로 본인의 스트레스를 푼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을 같이 일하는 누군가에게 들은 적도 있었다. 막상 그 경비조장 본인은 모범적이지 않았고 소위 뺑끼를 잘 부려서 더 싫게 되었다.

그가 조장으로 편성된 날은 어쨌거나 직원들이 실수 없게 하도록 애를 많이 썼고 그런 연유로 관리자들은 그 조장을 잘하는 이로 여겼지만 실상 그가 기막히게 잘하는 것은 감시 하나밖에 없었다. 여기 경비보안실이 자주 결원이 나는 것이 그의 인격적 결함이라는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 처지에서는 일을 때려치울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나는 빚이 있었다. 작금의 취업난에서 몇 안 되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이 이 경비 노릇이었다. 당장 일할 수 있으면서 벌이가 좋고 출퇴근이 용이했다. 다른 조장들은 인성이 나쁘지 않기도 하고.

 

 

백화점 경비보안직원입니다. 화장실 안에 사람 계십니까?”

 

화장실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고 인기척이 없었다.

 

보안본부, 여기는 순찰대원, 3층 고객 화장실 아무도 없음.”

 

무전기로 보고를 끝냈다. 돌아서려는데 배만 톡 불거져 나온 한 중년 남자가 뒷짐을 진 채 느릿느릿 화장실에서 나왔다.

조장이 감시카메라로 순찰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면 무전 보고 후에 화장실에서 나온 고객을 핑계로 허위보고니 원칙대로 왜 안 하느냐니 지랄발광을 할지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미 분노에 휩싸여 있던 감정 안에서 그 남자에 대한 원망이 폭발했다. 그래서는 안 됐지만 절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고객님! 안에 계시면 계신다고 이야기 좀 해주시면 좋았지 않습니까!”

 

자네가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지 않았나!”

 

되려 노기 어린 목소리로 반문하고 헛 하며 돌아서서 발을 질질 끌 듯 느릿느릿 걷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중년 남자가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자 무너지는 다리를 간신히 벽을 짚어 지탱했다. 이글거리던 분노는 그새 식고 무언가 안도감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