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 이상한 편의점

스타부동산 2022. 2. 18. 12:19

10년도 지난 일이니, 이제는 두려움 없이 그날을 추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해 3월에는 예상보다 조금 일찍 대리를 달고 회사 일로 무척이나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큰 프로젝트가 여름에 진행되어 피서를 갈 수 없었다. 해가 지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선심 쓰듯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오라는 회사 방침으로 12월의 끄트머리에 다다라서야 억지로 밀린 휴가를 몰아서 쓰게 되었다. 열흘을 훌쩍 넘는 긴 휴가의 서두는 먹고 놀고 자고였다. 당시 혼자 살던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관념을 잊은 채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자고 일어나면 또 게임을 했다. 그게 힐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즐거운 일도 반복되니 질렸다. 휴대전화 시계를 보니 휴가가 끝날 때까지 6일이 남았다. 방바닥에 누워 뭘 할까 생각했다. 그러다 나는 훌쩍 어디론가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11시부터 배낭에 여행에 필요할 것 같은 것들 몇 개만 주섬주섬 챙겼다. 어차피 그 외의 필요한 물건은 현지조달 하면 되었다. 간단하게 여행 준비를 한다고 해도 집에서 출발하니 다음 날 새벽 1시였다. 행선지를 따로 정하지 않고 그냥 방향만 대충 남서쪽으로 내키는 대로 2-3시간 정도 달리다가 적당히 랜덤으로 도달한 곳을 시점으로 여행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네비에서 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이 듣기 싫어져 네비를 끄고 재즈 음악리스트를 재생했다.

운전대를 잡은 지 1시간 반 여 지났을까 갑자기 함박눈이 내려오고 안개가 끼었다.

운전하면서 자주 겪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무언가 안 좋은 직감이 들었다.

안개가 짙어지면서 안 좋은 직감 역시 짙어졌지만 2시간 가까이 달려온 상황에서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 나는 보컬의 스캣을 따라 하며 기분을 풀려 했다.

운전 중 배가 고파진 나는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 요기할 만한 곳이 있을지를 찾았다.

이미 차가 산길로 들어온 것이지 따로 식사할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터널을 들어갔다 나오니 근거리에 ㅎ편의점 간판이 보였다.

나는 바로 그 앞에 차를 대고 즉석식품 등 먹을거리 등을 샀다.

그런데 편의점을 둘러보니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는 삼베옷을 팔고 있었고 그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의 복장 역시 삼베옷이었다. 그리고 술은 판매하지 않았다.

근처에 장례식장이 있나 추정했다.

고른 물건을 계산하려고 했다.

카드를 주었는데 긁어도 긁히지 않았다.

손님 이거 카드가 안 긁히네요?”

, 그럼 현금이 있으려나. 여기, 올려둔 것 계산할 정도는 있네요.”

나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카운터에 올렸다.

 

점원은 돈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아하하 저기 손님. 어떻게 오셨는지 모르겠는데, 여기는 손님께 물건을 못 팔아요.“

? 이 돈이면 되지 않나요?“

이 돈... 아니 됐다. 아무튼 안 돼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화내지 마시고요. 여기 분이 아니시잖아요. 그러니까 팔 수가 없어요.“

무슨 말이냐고 몇 번 물어봐요!“

배가 고팠던 나는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갑자기 선한 인상의 점원의 얼굴이 부풀어 오르며 안면의 핏기가 싹 가신 듯 창백해졌다. 순식간에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점원이 크게 호통쳤다.

그냥 보내줄 때 가라, 사람!“

그 소리는 마치 목소리라기 보다는 천둥소리에 가까웠다.

 

거대한 노기에 압도된 나는 아무 말 않고 다시 내 차에 탔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왜인지 모르게 벌벌 떨렸다. 차 문을 소리를 최대한 죽여 닫는 순간,

 

눈부셨다.

황재현 환자 의식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듣기로 내게 큰 교통사고가 났었다고 들었다.

여행을 떠났던 그 날 운전 중에 빙판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고 나는 크게 다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는 연쇄추돌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방문했던 그 편의점과 손님들은 대체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