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겪었던 일이다.
나는 입대 후 훈련소를 거쳐 GOP에 배치되었다.
주 임무는 2인 1조로 순찰을 하고 감시초소에 투입되어 경계 근무를 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도 평범하게 임무 수행 중이었다.
당시 사수인 최 병장은 전역을 앞둔 중대 최고참 말년 병장이었다.
최 병장 하면 지금도 생각나는 게, 미남이었고 중국어를 잘한다고 소문났다는 것이다. 그는 말수가 적고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준수한 용모 덕인지 아니면 인성이 바른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중국 유학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후임들 터치 많이 안 하고 그냥 자기 앞가림 잘하는 사람이었다. 최 씨 고집 아니랄까 봐 고집이 센 것 정도 외에는 대체로 무던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무던한 그는 수면에 있어서도 무던했던지 주위 상황에는 거의 구애받지 않고 등만 어디 갖다 대면 깊은 잠을 잤다. 밤낮이 수시로 뒤바뀌어 불면증을 겪고 있는 일부 부대원은 최 병장의 그런 면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좀 자고 있을 테니까 경계 잘하고. 뭐 있을 것 같으면 깨워라.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초소를 올라오자마자 최 병장은 초소 구석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청했다.
이윽고 그가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나만이 고안한 시간 때우기용 놀이를 시작했다.
초소에서 십 미터 전방의 일부 부분이 경사가 급한 돌비탈이었는데 그쪽으로 돌멩이를 던지다 보면 잘 맞은 돌이 연쇄 작용하여 규모 작은 산사태를 일으켰다. 그럴 때면 마치 볼링 칠 때 스트라이크를 친 마냥 성취감이 있었다.
하릴없는 경계 중 그렇게 돌 던지며 놀고 산사태도 일으키고 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는 기분이었다.
그날따라 잘 맞은 돌이 많았는지 돌팔매질하는 족족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더 신나게 돌을 투척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포효소리인지 비명소린지 모를 의미 모를 이상한 소리와 함께 후두둑 하고 뭔가 돌멩이 같은 것이 한 무더기가 날아와 초소 지붕과 기둥 등 곳곳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별안간 발생한 소리에 깜짝 놀라 악하고 짧은 비명을 냈다.
그런데 비명을 지른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잘 때 꿈도 거의 안 꾼다고 하고 잠꼬대도 하지 않던 최 병장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깬 것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아, 진짜 같은 꿈을 꿨네. 악몽이었어! 그래 악몽.”
“뭐였습니까?”
최 병장은 내가 돌을 던진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저기 방향에서 옛날 군복 같은 걸 입은 사람이 여기로 돌격해오면서 수류탄을 던졌어.”
“아, 그렇습니까”
“수류탄이 초소에 직격해가지고는 여기 바로 앞에서 폭발했어. 던지면서 워후이샬러니라 그러더라고. 짱깨였나.”
“예? 워후이샬러니? 그게 뭡니까?”
“‘너 죽여버린다라고 한 거야 중국말로”
이야기를 듣고 나는 너무나 겁이 나서 거의 울 뻔했다.
최 병장은 “야, 오늘 잠은 다 잤네” 하면서 평소와 같지 않게 재잘대며 경계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 병장이 깨어있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최 병장이 다시 자러 갔더라면 나는 두려움에 싸여 도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밝을 때 초소를 둘러보니 초소는 그렇게 강한 충격이 가해진 소리가 났었음에도 까지고 패인 자국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그날 초소에서 들린 소리와 최 병장의 꿈은 연관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날 이후로 경계를 서면서 다시는 돌팔매 장난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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