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지난 일이니, 이제는 두려움 없이 그날을 추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해 3월에는 예상보다 조금 일찍 대리를 달고 회사 일로 무척이나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큰 프로젝트가 여름에 진행되어 피서를 갈 수 없었다. 해가 지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선심 쓰듯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오라는 회사 방침으로 12월의 끄트머리에 다다라서야 억지로 밀린 휴가를 몰아서 쓰게 되었다. 열흘을 훌쩍 넘는 긴 휴가의 서두는 먹고 놀고 자고였다. 당시 혼자 살던 나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관념을 잊은 채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게임을 하다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자고 일어나면 또 게임을 했다. 그게 힐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즐거운 일도 반복되니 질렸다. 휴대전화 시계를 보니 휴가가 끝..